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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성묘 중 벌 쏘임·뱀 물림, 민간요법은 조직 손상...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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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와 성묘를 위해 산과 묘소 주변 풀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벌 쏘임과 뱀 물림은 대부분 국소 증상에 그치지만, 일부는 아나필락시스나 전신적인 뱀독 중독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벌침을 핀셋으로 뽑거나, 물린 부위를 끈으로 세게 묶고, 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등 잘못된 처치가 여전히 회자된다. 응급의학과 노우식 교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의 도움말로 벌 쏘임·뱀 물림 시 올바른 응급처치와 병원을 찾아야 하는 기준, 예방 수칙을 알아본다.

벌 쏘임 72% 7~9월 집중... 일부는 생명 위협 상황으로 진행
벌초와 성묘, 농작업이 겹치는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풀이 무성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벌이나 뱀과 맞닥뜨릴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벌 쏘임의 약 72%가 7~9월에 집중됐고, 뱀 물림도 절반 이상이 같은 시기에 발생했다. 이 가운데 9월에는 벌초나 농작업과 관련된 벌 쏘임이 두드러진다.

노우식 교수는 "실제로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는 벌쏘임이나 뱀물림 환자가 확실히 증가하는 시기다. 특히 벌초나 성묘, 농작업처럼 풀이 무성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8~9월에는 응급실에서도 관련 환자를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벌 쏘임이나 뱀 물림이 모두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벌 쏘임은 국소적인 통증과 부종으로 끝나고, 뱀에 물린 경우에도 실제 독이 주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노 교수는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아나필락시스나 전신적인 뱀독 중독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적으로 환자가 많아지는 시기에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 병력 없어도 아나필락시스 가능성 있어... 전신 증상 땐 즉시 119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몸의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전신에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로, 벌독은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벌 쏘임은 쏘인 부위가 붓고 아픈 데서 그치지만, 벌독에 대한 반응이 전신으로 번지면 호흡곤란이나 혈압 저하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사람도 벌에 쏘인 뒤에는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노우식 교수는 "'알레르기가 없던 사람이 처음 벌에 쏘였으니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리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며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노출이 있었을 수도 있고, 처음 인지한 벌 쏘임에서 전신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과거 알레르기 병력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벌에 쏘인 뒤에는 쏘인 부위에만 나타나는 국소 반응과 전신으로 번지는 아나필락시스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쏘인 부위만 아프고 붓는 정도라면 대개 국소 반응으로, 냉찜질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반면 전신 두드러기나 가려움증과 함께 얼굴·입술·혀·목이 붓거나, 목이 조이는 느낌, 쉰 목소리,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증상, 어지럼증이나 실신·의식 저하, 반복적인 구토·복통 등이 나타난다면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해야 한다.

노 교수는 "이 경우에는 지켜보면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약물은 에피네프린이며, 지체하지 않고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핀셋으로 뽑으면 벌독 추가 주입... 된장·식초 바르면 감염 위험
벌에 쏘이면 피부에 박힌 벌침을 먼저 빼내려 하고, 통증 부위에 된장이나 식초, 알코올, 침 등을 바르는 민간요법도 여전히 입에 오르내린다.

노우식 교수는 "벌침이 피부에 남아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지만, 핀셋이나 손가락으로 잡아 짜듯이 제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벌침에 붙어 있는 독주머니를 압박하면 남아 있는 독액이 추가로 주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질병관리청에서도 신용카드처럼 평평한 물체를 피부와 평행하게 밀어서 제거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제거한 뒤에는 비누와 흐르는 물로 씻고, 얼음찜질을 하면 통증과 부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노 교수는 민간요법에 대해 "벌독을 중화하거나 제거한다는 근거가 없고, 오히려 피부를 자극하거나 상처를 오염시킬 수 있다. 특히 침이나 음식물을 상처에 바르는 것은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세게 묶고 독 빨아내면 역효과... 고정 후 신속 이송이 원칙
뱀에 물리면 물린 부위를 끈으로 세게 묶거나,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처럼 독을 입으로 빨아내고 상처를 칼로 절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동맥혈류를 차단하는 강한 지혈대 사용과 상처 절개, 독 흡입을 모두 권하지 않는다.

노우식 교수는 "팔이나 다리를 강하게 묶으면 혈액순환이 차단돼 조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뱀의 종류와 독의 특성에 따라 압박-고정법이 사용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지혈'이 아니라 독의 확산을 늦추기 위한 방법으로, 일반인이 뱀의 종류를 구별해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으로 빨아낸다고 해서 이미 조직에 흡수된 독을 의미 있게 제거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칼로 절개하는 것도 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면서 출혈·조직 손상은 물론 감염, 신경·혈관 손상의 위험까지 높인다"고 경고했다.

노 교수는 "현장에서는 환자를 움직이지 않게 하고 물린 사지를 고정한 뒤 119에 신고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사인지 확실하지 않더라도 뱀에 물렸다면 의료기관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조언했다. 부종이 생기면 혈류를 방해할 수 있는 반지나 시계는 미리 빼 두고, 부종이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출혈·멍, 구토·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면 더욱 서둘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향 강한 화장품 피하고 긴 옷 착용... 벌집 건드리면 20m 이상 대피
벌초나 성묘는 벌집이나 뱀이 숨어 있을 수 있는 풀숲과 돌 틈 주변에서 이뤄지는 만큼, 나서기 전 복장과 행동 수칙을 미리 챙겨야 한다. 향이 강한 향수나 화장품은 피하고, 긴 옷과 긴 바지, 장화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노우식 교수는 "벌집을 발견하면 가까이 접근하거나 건드리지 말고, 벌이 공격하기 시작했다면 팔을 휘두르기보다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면서 최대한 멀리 이동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은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몸을 낮추고 20m 이상 신속하게 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뱀에 대해 노 교수는 "풀숲이나 돌 틈처럼 뱀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곳에 손을 함부로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결국 벌초·성묘철에는 벌이나 뱀을 만나지 않도록 예방이 최우선이며, 사고가 발생했다면 독을 빼내려는 무리한 처치 대신 환자를 안정시킨 뒤 신속히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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