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은 성공의 증표"... 오해를 깨야 골든타임을 지킨다
당뇨병 진단 후에 많은 사람들은 희망보단 두려움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당뇨병 약에 대한 속설이 주는 공포감까지, 정작 환자 곁에는 이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혀 치료를 미루기보단 개선의 희망으로 치료의 적기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손장원 교수(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역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이야말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당뇨병 약은 치료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남은 췌장 기능을 지키는 방패이며, 약효가 나타나고 있다는 성공의 증표이다.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신약들은 혈당 조절을 넘어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주변 장기까지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당뇨병 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동행해야 할까. 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부터 최신 치료 흐름까지, 손 교수와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꺼리거나 미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뇨병 약을 시작할 때는 상당한 심리적 불안감이나 거부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정말 평생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만성질환자라는 일종의 '낙인'처럼 느끼거나, 약을 먹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떤 선을 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매일 약을 먹는 일은 번거롭고, 비용도 부담이며, 학교나 직장 같은 사회생활에서 당뇨병 환자라는 낙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담은 먹는 약이 아니라 인슐린 주사 치료를 시작해야 할 때 훨씬 커진다. 주사에 대한 공포, 치료가 복잡해진다는 인식,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왔구나' 하는 상징성, 저혈당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환자별로도 이유가 다양하다. 젊은 환자는 '앞으로 그 긴 세월 동안 약을 먹어야 하나' 걱정하고, 반대로 고령 환자는 '이 나이에 이미 여러 약을 먹는데 지금부터 당뇨병 치료를 시작하는 게 무슨 이득이 있겠나' 생각하기도 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어 인슐린을 써야 하는데, 산모 입장에서는 태아에게 문제가 없을지 걱정돼 치료 시작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약을 거부하는 심리가 실제 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면서 동시에 진행성 질환이다. 초기에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여러 합병증에 노출된다. 흔히 아는 당뇨병성 눈 질환(안병증), 콩팥병, 손발 저림 같은 신경병증은 물론, 작은 미세혈관뿐 아니라 심장·뇌혈관 같은 대혈관 질환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이 증상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불편한 증상이 많은 경우가 있다. 식후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운 소양증, 배변 습관 변화, 소화 불량, 배뇨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중년 남성에게는 발기부전도 큰 고민이 되는 합병증 중 하나다. 고령 환자가 많아질수록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위험, 각종 암 위험도 함께 올라간다. 이 모든 것이 당뇨병 관리가 잘 되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넓은 범위의 합병증이기 때문에, 조기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인가.
당뇨병 환자들이 오랫동안 병을 앓다 보면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신증, 즉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시간 순서로 보면, 약을 먹던 환자에게 콩팥병이 생기니 '당뇨병 때문이 아니라 약 때문에 콩팥이 나빠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불이 나서 소방관이 출동했는데,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있다고 해서 '저 소방관이 불을 낸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과 같다. 약물 부작용이라기보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오해가 생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당뇨병 약 중에는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이 많은데, 대표적인 1차 치료제 메트포민도 그렇다. 그래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사구체 여과율이 45 미만이 되면 메트포민 용량을 줄여야 하고, ct 촬영을 할 때는 잠시 복용을 중단하라는 안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안전을 위한 조치'를 두고 '이 약이 콩팥에 나빠서 줄이는구나'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약도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그에 맞춰 용량을 줄이는 것이 원칙인데, 이 역시 오해로 이어지곤 한다.
최근에는 혈당만 낮추는 게 아니라 신장을 보호하는 약도 개발되고 있다고.
맞다. 최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에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예전에는 '혈당이 높다'는 데만 초점을 맞춰 혈당을 낮추는 치료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당뇨병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장기의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줄여주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즉 '장기를 보호하는 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각광받는 것이 sglt-2 억제제와 glp-1 계열 인크레틴 약물이다. 특히 당뇨병성 콩팥병(신증)과 관련해서는 sglt-2 억제제의 효과가 뚜렷하다. 이 약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으로 배설시킨다. 당뇨병은 소변에 당이 검출되는 병인데, sglt-2 억제제는 오히려 당을 더 소변으로 내보내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사구체를 정수기의 미세 필터라고 생각하면, 과부하가 걸리면 필터가 손상되는데 이 약은 필터로 가는 과부하를 줄여줘 오랫동안 안전하게 쓸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신장 보호 효과 덕분에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sglt-2 억제제, 주의할 점은 없나.
모든 약은 부작용도 함께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이 약을 처음 쓰면 초기 4~6주 동안 사구체 여과율이 일시적으로 10~20% 정도 떨어지면서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것 아닌가' 오인할 수 있는데, 대개 회복되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신장을 보호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생식기 진균 감염이 생길 수 있어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또 수분 배설 효과가 있어 갈증이나 심한 경우 탈수 증상이 유발될 수 있는데, 특히 고령이나 저체중 환자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간 금식하거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이 약만 단독으로 유지되거나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혈당이 정상이면서도 케톤산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약의 유용성과 환자 특성에 따른 부작용을 잘 이해하고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한편 glp-1 계열, 즉 인크레틴 약물은 '위고비', '마운자로'로 더 익숙할 텐데, 이 약들도 혈당·혈압·체중 감소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사고를 줄이고 최근에는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
'약을 먹으면 결국 췌장 기능이 퇴화해 인슐린 치료까지 가게 된다'는 속설도 있다.
이 역시 안타까운 오해다. 당뇨병이 오래 앓는 진행성 질환이다 보니, 약을 먹다가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면 '약 때문 아니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은 진단 당시부터 이미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약 50%, 심한 경우 20%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 배터리로 치면 이미 한 칸도 안 남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런 상태에서 혈당이나 체중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남은 마지막 한 칸마저 소진돼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이지, 약물 치료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이런 오해가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뇨병 약 중 '설폰요소제'라는 계열이 있는데, 이 약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초기에는 혈당 강하 효과가 뛰어나지만, 오래 사용하면 췌장을 계속 일하게 만들어 빠르게 지치게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설폰요소제 일부의 특성일 뿐이다. 이것을 당뇨병 약 전체의 특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그렇다면 설폰요소제를 쓰는 환자는 췌장 기능이 더 약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설폰요소제는 아주 장기간 유지하기보다, 초기에 고혈당이 있거나 이 약에 반응이 좋은 환자에게 단기적으로 충분한 기간 사용하다가 고혈당이 개선되면 조정하는 전략을 쓴다. 당뇨병 약은 매우 다양하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떨어져서만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즉 인슐린 작용에 문제가 생겨서도 발병하는데, sglt-2 억제제나 glp-1 계열, 메트포민 같은 약은 설폰요소제와 달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준다. 그러다 보니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설폰요소제가 췌장을 계속 자극해 일하게 한다면, 이런 약들은 췌장을 쉬게 하면서 한 칸 남은 배터리를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셈이다. 이 약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순차적으로 치료해나가면 그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사실 설폰요소제보다 더 큰 오해를 받는 것이 인슐린이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넣으면 내 몸에서 나오는 인슐린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인데, 오히려 반대다. 인슐린 치료로 고혈당 환경이 개선되면 베타세포가 무리하게 인슐린을 분비하던 부담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분비 기능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가 전체의 6%라는 통계가 있다.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임상에선 어떻게 보나.
그 6%라는 숫자는 사실 잘 들여다봐야 하는 수치다. 이것을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이 필요한 사람이 6%뿐'이라거나 '내가 그 6%에 들었으니 당뇨병 말기구나'라고 오인하면 안 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데, 많은 환자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인슐린 치료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는 6%지만 실제로 필요한 환자는 훨씬 많다는 간극이 있다.
인슐린은 원래 우리 몸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호르몬이고, 인슐린 치료는 그 호르몬을 보충하는 대체법이자 가장 생리적이면서 강력한 혈당 조절 치료라고 봐야 한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치료이며, 2형 환자에게도 급성기 고혈당, 탈수, 체중 감소, 감염, 수술,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인슐린 치료, 한번 시작하면 평생 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분명한 오해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췌장 기능이 감소해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인슐린 치료는 '끝'이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잘 치료하면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감량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초기 고혈당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면 1년 내에 당뇨병이 아예 관해 상태에 이르러 모든 약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치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많이 나와, 하루 한 번 맞던 인슐린을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도 등장했다. 인슐린 주사 바늘은 거의 머리카락 굵기 정도라 통증도 매우 적고, 연속혈당측정기나 ai가 접목된 스마트 펜 등으로 훨씬 편리해졌다. 예전의 인슐린 치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약물 치료만으로도 관해에 이르거나 약을 끊을 수 있나.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약을 중단할 수 있다', '관해에 이를 수 있다'는 것만큼 반가운 얘기도 없다. 관해라는 개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당뇨병은 예전에 난치성·비가역적이며 평생 앓는 질환으로만 여겨지다가, 최근에 관해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통 당화혈색소 6.5% 미만이 치료 목표인데, 약을 모두 중단하고도 이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관해로 본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관해'와 '완치'는 다르다는 점이다. 관해 상태가 되어 혈당이 안정적이더라도, 유전적 소인이나 관리되지 않은 체중 같은 환경적 요인이 남아 있으면 다시 재발할 수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처럼, 관해 상태에서도 장기적인 혈당 관리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관해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체중 감량이다. 초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이렉트(direct) 연구'에서 1년간 열심히 운동과 식단 조절로 체중을 10~20% 이상 감량했더니, 10명 중 4명 이상이 실제로 모든 당뇨병 약을 끊는 관해 상태에 이르렀다.
반대로 적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어떤가.
당뇨병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면서 췌장 기능이 점점 소실되는 특성이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아 계속 고혈당 환경에 놓이면, 초기에는 베타세포가 높아진 혈당을 끌어내리려 인슐린을 과분비하며 '공장'이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일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췌장 기능이 점점 지쳐 약화된다.
또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고혈당 환경에 놓이는 것을 '포도당 독성(글루코톡시티)'이라고 하는데, 대개 지질 독성과 함께 동반돼 베타세포에 직접 독성으로 작용하며 인슐린 분비 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적기에 치료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과부하를 줄이고 포도당 독성을 개선할 수 있다. 나아가 얼마 남지 않은 췌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번 나빠진 췌장 기능이 절대 회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병 기간이 길지 않은 초기 환자가 체중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을 잘하고 적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인슐린 분비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환자가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며, 상당수는 먹는 약만으로도 주사 없이 관리할 수 있으니 희망을 가져도 된다. 다만 고혈당 환경이 오래 지속돼 베타세포가 섬유화되거나 탈분화 상태에 이르면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어, 진단 당시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혈당이 계속 정상으로 나오자 임의로 약을 끊는 분들도 있다.
혈당이 좋아진 상태가 곧 약을 중단해도 되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건 지금 약물 치료 효과가 아주 좋다는 뜻일 수 있다. 고혈당 환자가 혈당 낮추는 약을 끊으면 혈당은 다시 올라가고,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오르며, 위고비·마운자로를 맞다 끊으면 체중이 다시 는다. 안경을 쓰고 잘 보이게 됐는데 '잘 보이니까'라며 안경을 벗으면 다시 안 보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혈당이 유지되는 약물 치료는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다만 만성질환 약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만약 약을 중단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약이 너무 많아서' 힘든 것이라면 요즘은 여러 약을 합친 복합제나 하루 한 번 먹는 제형도 다양하고, 부작용을 줄인 대체제도 고려할 수 있다. 스스로 골라서 '이 약은 끊어야지' 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감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은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열심히 확인하지 않으면 혈당이 오른 것을 오랫동안 놓치다가 나중에 갈증 등 증상을 동반한 급성 고혈당 상태로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혈압약, 지질약까지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할 텐데.
당뇨병은 일종의 '혈관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고혈당뿐 아니라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혈당을 낮추는 것이 핵심 공격수(키 플레이어) 역할일 수는 있지만 수비수도 있고 골키퍼도 있어야 한다. 축구에 메시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골을 넣기 위해 팀 전체가 필요하듯, 당뇨병이 있더라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관리하며 궁극적으로 심혈관 합병증을 낮추는 것이 전체 치료 전략이다. '이 약을 꼭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이것이 하나의 팀플레이라고 생각을 전환해볼 수 있다.
새로운 약들은 어떤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나.
정말 많은 당뇨병 약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걱정될 정도다. 최근 50년 동안 소개된 약보다 최근 5년 동안 나온 약이 훨씬 많을 정도다. 신약 개발 방향을 정리하면 네 가지다.
첫째, 혈당뿐 아니라 체중·심혈관·콩팥·간 질환까지 개선하는 '다중 목표 치료제'. 둘째, 저혈당과 체중 증가를 줄이는 '안전성 중심' 약물. 셋째, 매일 여러 번 복용·주사하는 부담을 줄인 '장기 지속형' 치료제나 경구제. 넷째, 환자의 동반 질환과 특성에 맞춘 '맞춤형 치료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인크레틴 계열이다. '위고비', '마운자로'처럼 온 국민이 아는 이름이 된 약들인데, 단순히 혈당과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심혈관 위험을 낮추고 당뇨병성 콩팥병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 등 '장기 보호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학회에서 메트포민을 1차 약제에서 삭제한다고 했다. 메트포민은 이제 밀려나는 약인가.
아니다. 메트포민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약이다. 오랜 기간 1차 약제로 선택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장기간 연구로 입증된 효과와 안전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장기 치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약이라 1차 치료제로서 역할이 강조돼왔다.
다만 최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을 넘어, 각각의 합병증에 맞춤 치료를 하는 약들이 소개되면서, 이제는 메트포민을 무조건 1차로 쓰기보다 환자의 특성과 동반 질환에 따라 약을 선택하게 됐다. 그래서 어떤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나 glp-1 약제가 메트포민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 그렇다고 메트포민을 1차 치료에서 완전히 배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메트포민은 여전히 초기 치료에 매우 중요한 약이고, 앞으로도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다.
메트포민이 노화 억제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며 '영양제'처럼 복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다. 메트포민은 등장한 지 50년쯤 된 약인데, 그 작용 기전이 아직도 명확히 다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은 여러 기전 중 노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많은 가설이 제시돼왔다.
메트포민을 복용하면 세포 입장에서 약간 열량을 제한하는 것과 비슷한, 마치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 같은 상태가 유도된다. 간헐적 단식이 세포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며 기능을 활성화하듯, 메트포민도 세포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하고 세포의 자가포식을 증가시켜 노화된 세포를 개선하며, 노화 관련 생체시계를 되돌린다는 전임상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노화의 신기루 같은 약'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민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 사고를 낮춰 사망률을 낮추고 결국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으니,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뇨병이 없는 일반 건강인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매력적인 전임상·기초 연구는 있지만, 당뇨병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당뇨병이 없는 고령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민 장기 복용이 노화 관련 질환이나 실제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는지 보는 'tame 연구'가 계획돼 있는데,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다. 만약 이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메트포민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가설을 '무조건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히려 환자에게 "지금 복용하는 메트포민은 항노화 효과로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 때문에 관련 연구도 계획된 약"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영양제는 찾아서 먹으면서 당뇨병 약은 먹기 싫어하는 분들도, 자신이 먹는 약에 이런 기대 효과가 있다고 하면 약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한 마디 전한다면?
오늘 나눈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당뇨병을 진단받고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을 '내가 건강 관리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약을 시작하는 오늘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순간'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오인할 필요도 없다. 당뇨병은 오랫동안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분들께 권하고 싶은 것은, 본인이 먹는 당뇨병 약이 어떤 약인지 한 줄 정도라도 알아두고, 내가 지금 무엇을 조절하고 있는지 목표치를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치의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기차 여행에 비유하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막막하고 어두운 터널만 지나간다면 얼마나 힘들겠나. 지금 어느 역이고 다음 정류장은 어디인지, 바깥 풍경도 보면서 가는 긴 치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자기 주도적인 약물 치료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그중 약물 치료는 안전벨트 같은 역할을 한다. 안전벨트를 잘 매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채 당뇨병 치료의 여정을 떠나보시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