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4명 아침 굶는다... 편의점 간편식 먹을 땐 채소·단백질 챙겨야 [푸드파일러]
바쁜 아침, 알람을 두세 번 미루다 보면 아침 식사는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고 만다. 점심은 회의 사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저녁이 되어서야 그나마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긴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하루 세 끼만 어떻게든 채우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대충 끼니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이런 패턴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불규칙한 식사가 반복되면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에 하이닥이 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박보경 영양팀장(서울특별시 서남병원)의 자문을 바탕으로 현대인 결식의 위험성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푸드파일러 팩트체크] 하루 권장 칼로리, 몰아서 먹어도 괜찮을까?
하루 세 끼 중 한 끼를 거르는 대신 다른 끼니에 몰아 먹으면 전체 섭취 열량은 비슷해지니 문제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아침 결식과 불규칙한 식사는 단순히 한 끼를 거르는 문제가 아니라, 식사·수면·생체리듬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총 섭취 열량이 같더라도 식사 시간대의 규칙성 자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식사 시간 어긋나면 생체리듬도 무너진다
인체에는 뇌뿐 아니라 간, 췌장, 근육, 지방조직 등 여러 조직에 저마다의 생체시계가 존재하며, 이 시계는 식사 시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낮에 먹고 활동하고, 밤에는 금식하며 잠드는 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아침 결식과 늦은 시간의 식사가 반복되면 식사-금식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수면-각성 리듬과 대사 리듬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대사적 불일치는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 및 에너지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당장 몸으로 느껴지는 변화도 있다. 장시간 공복 상태가 이어지면 오전에 필요한 에너지와 포도당 공급이 줄어들어 피로감, 졸림, 집중력과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식욕 조절에도 이상이 생겨 점심이나 저녁의 과식, 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침 굶는 습관, 저녁 폭식 위험 키워
'아침은 굶고 저녁은 폭식'하는 식사 패턴은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결식률은 남자 40.2%, 여자 44.7%에 달해 아침 결식이 우리나라 성인에게 상당히 흔한 식습관임을 보여준다. 이에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아침을 거른 뒤 저녁에 과식하면 한 끼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고, 야식·고열량 식품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체중 증가와 혈당·혈중지질 조절에 불리한 식사패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열량뿐 아니라 영양소의 질이다. 같은 조사에서 채소 섭취기준(1일 섭취권장량 이상 섭취) 충족률은 남자 18.3%, 여자 19.0%에 그쳤다. 식사 횟수가 줄면서 채소처럼 영양밀도가 높은 식품의 섭취도 함께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어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아침 결식→장시간 공복→저녁 폭식'의 반복은 영양소 섭취의 질 저하와 과잉·결핍이 동시에 나타나는 불균형 식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비만 및 대사질환 위험을 높이는 생활습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간편한 편의점 도시락, 나트륨·당은 과잉 채소는 부족
한 끼를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경우도 구조적인 영양 불균형을 안고 있다.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탄수화물과 지방, 나트륨 섭취는 상대적으로 과잉인 반면, 식품군의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식이섬유, 칼슘, 철, 칼륨 및 일부 비타민·무기질이 부족해지기 쉽다"라고 말했다. 채소와 과일, 유제품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런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진다.
이와 관련해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실제 상담했던 환자의 사례를 예로 제시했다.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다며 상담을 받은 50대 여성의 경우 아침은 자주 거르고, 점심은 밥·면 위주, 저녁에는 반찬 없이 과일과 커피로 간식을 대신하는 식사 패턴을 보였다. 그는 "채소와 유제품 섭취가 부족하고, 국·찌개류를 통해 나트륨 섭취가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례의 핵심 문제는 단순한 열량 과잉이라기보다 식사의 규칙성 저하와 식품군별 섭취 불균형"이라고 설명했다.
간편식과 가공식품은 조리·보존 과정에서 나트륨 함량이 높아지기 쉬워, 영양소 부족과 나트륨 과잉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 끼를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경우에도 이런 구조적인 영양 불균형에서 자유롭지 않다.
만성질환자는 간편식 성분표 더 꼼꼼히 봐야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과잉되기 쉬운 간편식은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간편식을 고를 때 영양성분표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간편식은 소스, 가공육 등의 영향으로 나트륨이 높아지기 쉬우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열량과 단백질을 확인해 한 끼의 에너지와 단백질이 지나치게 부족하지 않은지 살피고, 당류와 포화지방·트랜스지방을 확인해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총 내용량'과 '1회 제공량'을 구분해 실제 섭취량 기준으로 영양성분을 다시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영양표시 주요 항목 역시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 간편식을 고를 때는 이 항목들을 기준으로 순서대로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완벽한 식단보다 '하나 더하기'...채소·단백질 보완부터
시간과 비용이 넉넉지 않다고 해서 완벽한 식단을 새로 짤 필요는 없다.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현재 먹는 간편식에 부족한 식품군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물과 소스는 가능한 적게 먹고, 당류가 든 커피나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당 차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냉동 채소, 김, 콩, 달걀처럼 저렴하고 보관이 쉬운 식품을 집에 준비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박보경 영양사가 제안하는 '데일리 간편 식단'
박보경 영양사가 제안한 간편식을 활용 하루 식단 예시는 다음과 같다.
아침: 바나나 1개, 삶은 달걀 2개, 무가당 우유 1팩 - 탄수화물·단백질·칼슘 균형 보완
점심: 잡곡밥 도시락, 샐러드 1팩, 물 - 국물 및 소스 최소화로 나트륨 절감
간식: 플레인 요거트 또는 제철 과일 1회 - 첨가당 간식 대체
저녁: 두부·채소 밀키트 또는 생선구이·비빔밥 + 채소 반찬 - 단백질·채소 보충
끝으로 박보경 임상영양사는 "결국 핵심은 간편식을 섭취하더라도 부족한 식품군을 추가가하는 것"이라며 "작은 변화라도 규칙적으로 실천해 식사의 다양성과 영양균형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식단 관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잘 먹는 것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가장 중요한 건강 습관 중 하나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몸에 진짜 필요한, 믿을 수 있는 지식을 골라내는 일은 쉽지 않다. 무분별한 정보에 기댄 잘못된 영양 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잘못된 영양 상식을 바로잡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건강한 식생활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