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먹으면 지방간 부른다"... 건강한 과일 섭취법은?
수확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트와 시장에 붉게 익은 사과와 탐스러운 배, 포도 등 제철 과일이 눈길을 끈다. 과일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여러 항산화·항암 성분을 포함한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먹을 경우 지방간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일로 섭취한 과당은 간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되는데, 과하게 섭취할 경우 이 과정이 가속돼 지방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이진복 원장(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은 "다이어트를 하거나 당뇨병,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많이 먹어도 되는 식품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원장의 도움말과 함께 과일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과당은 괜찮다?"... 과일도 혈당 올려
과일에는 과당뿐 아니라 포도당과 자당 등 여러 종류의 당이 함께 들어 있다. 특히 단맛이 강한 과일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이진복 원장은 "과당이 포도당보다 즉각적인 혈당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과일이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바나나나 망고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을 먹은 뒤 혈당을 측정해 보면 혈당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이 원장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과일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과일 역시 탄수화물을 포함한 식품인 만큼 적정량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당 과다 섭취, 지방간·중성지방에도 영향
포도당은 체내에 흡수되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인슐린의 작용을 통해 세포 안으로 이동한다. 반면 과당은 대사 과정에서 간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간에 과당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중성지방으로 바뀌는 '지방간'이 된다. 그렇게 되면 간 세포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이것은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진복 원장은 "과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늘어나 지방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성지방을 비롯한 혈중 지질 수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린 과일·착즙 주스보다는 '통째로'... 단맛 강한 과일은 양 조절
여러 종류의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나 이른바 'abc 주스'를 마시면서 체중이 줄거나 건강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를 주스 자체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진복 원장은 "아침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갈거나 즙으로 만들어 마시기보다는 과일은 통째로 먹는 게 건강에는 좋다"고 말한다. 과일을 갈거나 착즙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쉬워지고, 통째로 씹어 먹을 때보다 포만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망고나 바나나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은 체중 감량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평소 섭취량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이 원장은 "과일을 고를 때는 지나치게 단맛이 강하거나 물렁한 과일보다는 과육이 비교적 단단하고 신맛이나 씁쓸한 맛이 있는 과일을 추천한다"며 "말린 과일 역시 수분이 빠지면서 같은 양에 당이 농축되고 많은 양을 먹기 쉬워지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과일을 한끼 식사로? "최악의 식사 패턴"
과일은 당이 풍부하나, 단백질이나 (필수) 지방산이 거의 없다. 다이어트를 이유로 과일을 끼니로 때우게 되면, 이른바 '편중된' 식사가 될 수 있다. 과일을 과다 섭취하면 포도당·과당 섭취량이 늘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간의 지방 합성도 증가한다.
요즘 많이 나오는 포도는 알도 굵고 당도가 높아 앉은 자리에서 한 송이를 먹게 되면 상당량의 당을 섭취할 수 있다. 1회 적정 섭취량은 포도 큰 송이 기준 1/3송이, 사과·감은 반 개, 배는 1/3개 정도이며, 식전에 먹는 것이 좋다.
식전과 식후, 언제 먹는 게 좋을까
대부분 과일을 식후 '간식'으로 섭취하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식후보다 식전에 먹는 것이 좋으며, 간식으로 섭취한다면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가볍게 공복감이 느껴질 때 먹을 것을 권한다. 밥을 먹기 전에 과일을 먹으면 영양소 흡수도 잘 될 뿐만 아니라, 포만감이 느껴져 식사량이 줄어든다. 게다가 과일 속 식이섬유 덕분에 식사 중에도 혈당이 천천히 오를 수 있다.
이진복 원장은 "밥을 든든하게 먹은 뒤에는 이미 혈당이 올라간 상태"라며 "혈당이 어느 정도 내려갈 시점에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다시 올라가 고혈당 상태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당 상태에서는 인슐린이 평소보다 더 많이 분비돼 췌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당뇨와 비만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