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신경 잇는 '인공 신경 도관' 개발... 신경 재생·손 기능 회복 확인
손상된 손목 신경에 실제 신경 구조를 모방한 인공 신경 도관을 이식하면, 신경이 다시 자라고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영장류 모델에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고려대 의과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 3마리를 대상으로 12개월간 추적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세포나 별도의 성장 촉진 물질 없이 생체 분해성 소재만으로 만든 인공 도관이 영장류 수준에서 신경 재생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말초신경 손상은 외상이나 질환으로 신경이 끊어지는 상태로, 손상 범위가 크면 신체 다른 부위에서 신경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여 부위에 추가 수술이 필요하고 감각 이상 같은 합병증 위험도 따른다. 연구팀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실제 손목 신경 구조를 분석해, 그 안에 세 개의 내부 통로가 있는 인공 신경 도관(mfngc)을 개발했다.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로 만든 외벽 안에 젤라틴 젤로 만든 내부 통로를 삽입해 자연 신경의 다발 구조를 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 3마리 양쪽 손목에 15mm 신경 결손을 만들었다. 이후 자가이식·동종이식·인공 도관 이식 세 가지 방법으로 각각 복원한 뒤 12개월간 전기 신호 검사, 손 기능 검사, 근육 상태, 조직 변화 등을 추적 관찰했다. 인공 도관 이식군에서는 이식 후 6~9개월부터 신경 전기 신호가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손 기민성과 운동 기능도 자가이식군과 동종이식군 사이 수준으로 점차 나아졌다. 도관 내부에는 실제 신경과 유사한 다발형 조직이 형성됐고, 신경 전달을 돕는 절연층(수초)도 새로 생긴 것이 확인됐다. 이식 12개월 후 도관의 94%가 체내에서 분해됐으며, 만성 염증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세포나 약물 없이도 구조 설계만으로 영장류 수준의 신경 재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탐색적 근거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숭이 3마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인 만큼, 여러 지표에서 나타난 일관된 회복 경향을 근거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정영미 박사와 박종웅 교수는 "세포 성분 없이 생분해성 소재만으로 만든 인공 신경 도관이 영장류 말초신경 재생을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임상 근거를 제공했다"라며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연구와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long-term exploratory evaluation of an acellular biomimetic polyfascicular nerve guidance conduit for peripheral nerve repair in a rhesus macaque model: 붉은털원숭이 모델에서 무세포 생체모방 다발형 신경 유도 도관의 말초신경 재생에 대한 장기 탐색적 평가)는 2026년 8월 국제 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