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앞두고 '쯔쯔가무시증·SFTS' 전국 확산... "초기 대응이 예후 결정"
가을철 벌초와 성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면서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 등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두 질환 모두 초기 증상이 일반 감기몸살과 매우 흡사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패혈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sfts는 전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아 치명률이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쯔쯔가무시증과 sfts의 위험성, 고위험군, 그리고 중증 합병증 예방을 위한 관리 수칙에 대해 감염내과 전문의 임재형 교수(인하대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털진드기 vs 참진드기... 가을에 유행 겹치는 이유
쯔쯔가무시증과 sfts는 매개하는 진드기의 종류부터 다르다.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이 옮기고, sfts는 주로 작은소참진드기 등 참진드기가 옮긴다. 두 질환 모두 가을철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되지만, 매개체의 활동 시기와 발생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질병관리청은 가을철 쯔쯔가무시증 유행에 대비해 8월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전국 18곳의 논·밭·초지·수로 등에서 털진드기 발생 감시 사업을 진행한다. 호남권질병대응센터, 3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7개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거점센터와 협력하며, 매주 감시 결과를 감염병포털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국 각 지자체도 벌초, 성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가을철을 앞두고 두 질환의 예방수칙 준수를 잇달아 당부하고 있다.
임재형 교수는 "두 질환이 가을에 같이 늘어나는 것을 단순히 '여름에 진드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이 증가하는 10~11월에 환자가 특히 많이 발생한다"며 "sfts는 이보다 발생 시기가 넓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환자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가을에는 벌초, 성묘, 농작업, 등산처럼 풀이나 숲에 접촉하는 활동도 많아진다"며 "결국 진드기의 활동 시기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겹치는 가을에 두 질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농촌만의 위험 아니다... 도심 풀숲도 안심 금물
많은 사람들이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산이나 논밭 등 농촌에서만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진드기는 산이나 논밭뿐 아니라 도심 공원·하천변 풀숲에도 서식할 수 있어, 도시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벌초, 성묘, 등산처럼 풀숲과 직접 접촉하는 활동에서는 노출 정도가 더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재형 교수는 "농촌에서 환자가 많은 것은 맞지만 농촌에서만 생기는 질환은 아니다"라며 "다만 털진드기와 참진드기가 주로 발견되는 환경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털진드기는 들쥐 같은 설치류가 서식하는 논밭 주변, 밭둑, 풀밭이나 야산과 농경지가 맞닿는 곳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sfts를 옮기는 참진드기는 초지나 산길, 숲 가장자리처럼 풀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오가는 환경에 비교적 넓게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도심 공원이나 하천변도 풀이 많고 야생동물이 드나드는 곳이라면 진드기가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 교수는 "특히 벌초나 성묘, 농작업처럼 풀밭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활동은 노출 정도가 크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기몸살로 착각하기 쉬운 초기 증상... 감별 신호는 질환마다 달라
쯔쯔가무시증과 sfts는 모두 초기 증상이 발열, 근육통 등 감기몸살과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다만 쯔쯔가무시증에서 나타나는 가피나 림프절 종대, sfts에서 나타나는 혈액·소화기 증상 등 질환별로 다른 특징적 소견이 감별에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의 가장 뚜렷한 감별점은 '가피'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 형태로 생기는 가피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두피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놓치기 쉽다. 몸통을 중심으로 붉은 반점이나 구진 형태의 발진, 림프절 종대가 동반되기도 하지만, 가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임재형 교수는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처럼 생기는데, 생각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가슴 아래, 두피처럼 평소에는 잘 살펴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을 수 있어서 진찰할 때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통을 중심으로 붉은 반점이나 구진 형태의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림프절이 붓기도 한다"며 "다만 가피가 모든 환자에서 확인되는 것은 아니어서, 가피가 보이지 않는다고 쯔쯔가무시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fts는 쯔쯔가무시증과 달리 가피나 발진 같은 피부 소견이 뚜렷하지 않고, 혈액검사 이상과 전신 증상이 진단의 실마리가 된다. 임 교수는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고, 구역,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도 흔하다"며 "심해지면 의식이 떨어지거나 출혈, 여러 장기의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쯔쯔가무시증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가피나 발진은 sfts에서는 흔한 소견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50대 이상 치명률 유독 높다... 이유는 면역력과 기저질환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유독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 중증 사례와 사망자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 연령대에서 치명률이 높게 나타나는 데에는 신체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나이가 들수록 감염에 대응하는 면역기능, 장기 회복 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임재형 교수는 "중장년층, 고령층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아 감염이 악화됐을 때 버틸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 교수는 "농작업이나 텃밭일처럼 실제 진드기에 노출될 만한 활동을 많이 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고령층에서는 감염될 기회가 많은 것과 감염된 뒤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것이 같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vs 백신 없는 치료... 예방이 최선인 이유
두 질환은 현재까지 치료 가능 여부와 예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한 반면, sfts는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대증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확실한 치료법이 제한적인 만큼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재형 교수는 "쯔쯔가무시증은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비교적 빠르게 좋아지기 때문에 의심되는 환자를 일찍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sfts에 대해서는 "현재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표준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환자가 스스로 감염을 이겨낼 때까지 몸의 기능을 유지해 주는 치료가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태에 따라 수액이나 전해질 치료만으로 회복하기도 하지만, 중증 환자는 산소치료나 인공호흡기,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약물, 신장대체요법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의식저하, 쇼크, 장기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 질환 모두 예방과 조기 치료가 핵심이다. 특히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sfts는 진드기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임 교수는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소매와 긴바지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함께 사용하면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풀밭에 그대로 앉거나 옷을 벗어 두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귀가 후에는 즉시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며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 교수는 "야외활동 후 며칠에서 수 주 이내에 원인 불명의 발열이나 몸살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최근 벌초나 밭일, 등산 여부를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려야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