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도 이제 건보 지원 받는다... "유형 아닌 중증도가 기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을 의결함에 따라 2026년 12월부터 췌장장애로 등록된 환자의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 본인 부담이 10%로 줄어들게 됐다. 췌장장애는 1형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중증의 2형 당뇨병 환자도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집중됐던 건강보험 지원이 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조건부 확대된다. 같은 중증의 당뇨병 환자인데도 2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가의 치료 기기 비용을 전액 스스로 부담해야 했던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 확대를 적극 환영하면서도,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착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 도움말로 이번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의 핵심 내용과, 진일보한 제도 정착을 위한 방안을 알아본다.
▶ 췌장장애 등록?
ㄴ당뇨병, 이제 '췌장장애'로 인정... 23년 만의 변화, 등록 기준과 그 의미는? ①
1형·2형 구분 없앤다... '췌장 기능' 중심으로 지원 전환
이번 방안의 가장 큰 변화는 당뇨병 지원 기준이 '유형'에서 '중증도'로 바뀐다는 점이다. 1형 당뇨병은 몸의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질환이고,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만들어지지만 몸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만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해, 같은 수준으로 췌장 기능이 망가진 2형 당뇨병 환자는 기기를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앞으로는 유형과 상관없이 췌장장애 수준이거나, 췌장장애까지는 아니어도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췌도부전 수준의 중증 환자라면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1형과 같은 중증도의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 1,000명이 새로 혜택을 받게 된다.
박철영 교수는 이러한 기준 전환이 진료 현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고 췌장 기능이 전무한 2형 당뇨병 환자라도 단지 '2형'이라는 분류 때문에 소모성 재료나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적 분류가 아닌 인슐린 분비 능력과 실제 인슐린 치료 필요성이라는 의학적 중증도를 기준으로 지원이 전환되면서, 실제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정밀 치료기기를 처방하고 혈당 관리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23년 만의 '췌장장애' 신설이 만든 변화... 지원 확대의 밑그림
이번 지원 확대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앞선 제도 개편의 연장선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췌장장애를 16번째 장애 유형으로 신설했고, 2026년 7월부터 일정 기준을 충족한 당뇨병 환자가 '췌장장애'로 장애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장애 종류가 확대된 것은 2003년 이후 23년 만이다. 그동안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평생 외부 인슐린 투여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중증 질환인데도 장애로 인정받지 못해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췌장장애 판정의 핵심 지표는 인슐린이 만들어질 때 함께 분비되는 물질인 'c-펩타이드(c-peptide)'로, 6개월 이상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혈당이 140mg/dl 이상인 상태에서 c-펩타이드 수치가 0.6ng/ml 미만이면 심한 장애로 판정한다. 중요한 점은 이 기준이 1형이라는 '유형'이 아니라 인슐린 결핍이 심한 '중증도'를 본다는 데 있다. 이번 건강보험 지원 확대가 유형과 관계없이 췌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중증 2형 당뇨병 환자까지를 포함하게 된 것도, 이 췌장장애 신설이 바탕이 됐다.
치료 기기 지원 대폭 강화에 재택 관리 시범 사업까지
기기 지원 폭도 넓어진다. 인슐린자동주입기의 경우 췌장장애 환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기준금액의 90%를 지원받아 본인부담이 10%로 낮아진다. 특히 취업 준비 등으로 부담이 큰 19~34세 청년층은 지원 기준금액이 기존 170만 원에서 소아와 같은 450만 원으로 올라, 성인이 되면서 본인부담이 갑자기 높이 뛰던 문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연속혈당측정기도 췌장장애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10%로 통일되고, 췌도부전 환자는 30%에서 20%로 인하된다. 예를 들어 연속혈당측정기 연 365만 원, 고기능 인슐린자동주입기 475만 원을 전액 부담하던 중증 2형 환자는 12월부터 각각 36만 5,000원, 70만 원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는 기기 구입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 밖에서도 치료가 이어지도록 2026년 12월부터 재택관리 시범사업 대상을 1형에서 중증 2형 당뇨병까지 확대한다. 이 사업에서는 의사가 연 8회 이상 교육·상담하고, 의료진이 재택에서 비대면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경우 건강보험 수가를 추가로 지원한다. 이번 지원 확대로 1형 당뇨병 환자는 연간 약 36만 원,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는 연간 약 418만 원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당뇨병학회, "적극 환영, 다만 시행 앞당기고 요양급여 전환해야"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당뇨병학회(이하 학회)는 9월 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방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성명서에서 "당뇨병의 유형만으로 치료 지원 여부를 구분하기보다 환자의 실제 중증도와 췌장 및 췌도 기능의 저하 정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요청했다.
우선 이미 높은 비용을 부담하며 치료 중인 환자가 많은 만큼, 2026년 12월로 예정된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촉구했다. 박철영 교수는 그 이유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박 교수는 "췌장 기능이 상실돼 인슐린을 하루 여러 번 주사해야 하는 2형 당뇨병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으로 기기를 구매하다가,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혈당 관리를 방치해 합병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 확대가 지연될수록 환자들은 비급여 부담을 계속 안아야 하고, 이는 곧 혈당 관리 악화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기기 지원과 의료진의 교육·상담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요양비 중심 지원을 건강보험 요양급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요양비 방식은 환자가 제품을 직접 구입한 뒤 서류를 제출해 환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요양급여 체계로 전환하면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교육을 받고 본인부담금만 결제하면 되므로 환자 편의성과 관리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향후 과제로 △연속혈당측정기 데이터 분석 및 환자 교육에 대한 상담·교육 수가 신설, △스마트 인슐린 펌프·인공췌장 시스템에 대한 단계적 보장 확대를 제시하며 '인슐린을 사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