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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전단계, 경고이자 기회"... 공복혈당 정상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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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당뇨병 환자는 550만 명에 육박하고, 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더하면 무려 2,000만 명이 당뇨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아직 당뇨병은 아니니까, 말 그대로 '전단계'이니까 괜찮다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이사 권혁상 교수(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는 "정상 범위인 공복혈당 95~99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같은 정상 수치라도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7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당뇨병 전단계는 결코 안심해야 할 단계가 아닌 '마지막 경고이자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뇨병 전단계가 가지는 의미와 슬기롭게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방법까지 권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당뇨병 전단계란 정확히 무엇이고, '공복혈당 장애'나 '내당능 장애' 같은 용어는 어떻게 다른가.
당뇨병 전단계는 말 그대로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 단계다. 정상에 비해 당뇨병으로 가기 쉬운 고위험군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바로 공복혈당인데, 전날 저녁 식사 후 최소 8시간 이상 금식하고 아침에 잰 혈당을 말한다. 외우기도 쉽다. 100mg/dl 미만이 정상, 126 이상이 당뇨병이다. 따라서 그 사이인 100 이상 125 이하가 당뇨병 전단계이고, 이를 '공복혈당 장애'라고 부른다.

내당능 장애는 조금 다르다. 실제 환자를 보면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식사 후 혈당이 높은 분이 오히려 더 많다. 다만 식후 혈당은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검사할 때는 포도당 75g을 정량으로 마시게 해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측정한다. 이 검사 2시간 뒤 혈당이 200 이상이면 당뇨병, 140 미만이 정상이고, 140~199가 당뇨병 전단계다. 혈당에 대한 내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내당능 장애라고 한다. 그리고 당화혈색소는 공복과 식후 혈당을 모두 아우르는 지표인데, 5.7% 미만이 정상, 5.7~6.4%가 전단계, 6.5% 이상이 당뇨병이다. 공복혈당과 식후혈당 둘 다 높은 경우가 당연히 가장 안 좋지만, 둘 중 하나만 본다면 내당능 장애, 즉 식후혈당이 높은 경우가 당뇨병 위험이 훨씬 높다.

이 시기가 '골든타임'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이유가 있나. 실제로 당뇨병으로 넘어가는 비율도 궁금한데.
우리가 지역사회 코호트 연구를 해보니, 당뇨병 전단계였던 분들이 4년 뒤에 약 37%가 당뇨병으로 넘어갔다. 고령이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진다. 골든타임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일찍 개입할수록 줄여야 할 체중의 폭이 적다. 정상 체중이 아니라면 보통 5~10% 감량이 필요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2%만 빼도 의미 있는 예방 효과가 있었다. 둘째, 높은 혈당을 버티느라 인슐린을 계속 쥐어짜다 보면 우리 몸의 '인슐린 공장', 즉 췌장이 결국 지쳐버린다. 체중이 많은 사람은 정상 체중보다 인슐린이 두세 배 더 필요해서 그만큼 부담이 크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는데, 당뇨병 전단계에도 효과가 있을까.
효과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체중 감량 효과가 과거에 상상하지 못할 정도인데, 처음 출시된 약제들의 효과가 약 7% 정도였다면 위고비는 12~15%, 마운자로는 15~20%까지 이야기한다. 이미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체중의 15%만 감량하면 관해(증상이 사라진 상태)가 올 수 있다고 하니, 전단계에서 쓰면 효과가 더 크겠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또 약을 중단하고 체중이 다시 늘게 되는 '요요 현상'이 올 수 있는데, 그러면 자연히 당뇨병으로도 다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생활습관 교정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 교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방 몇 %, 첨가당 몇 g'과 같이 식품 성분을 일일이 계산하며 식사하는 분은 거의 없다. 실제로도 너무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그렇게 권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결국 체중이다. 체중이 빠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더라는 것이 연구로 확인됐다. 운동은 주당 150분, 하루 30분씩 주 5회 정도를 권한다. 핀란드 당뇨병 예방 연구에서는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 체중 5% 감량, 주당 4시간 이상 운동, 지방을 총열량의 30% 미만으로 제한, 포화지방은 10% 미만, 식이섬유는 1,000kcal당 15g 이상 섭취다. 놀랍게도 이 중 네 가지 이상을 실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당뇨병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정말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분은 참고해도 좋겠다. 식품 성분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적당히 건강히 먹고 꾸준히 운동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복혈당이 정상으로 나오면 정말 안심해도 되나.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정상 기준이 100mg/dl 미만이다 보니, 1차 검진에서 101 mg/dl 이 나온 분이 걱정돼서 14시간씩 금식하고 재검사를 받아 98 mg/dl 가 나오면 "통과했다, 난 괜찮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연구에서 혈당 정상 범위인 95~99 mg/dl 인 분들을 분석했더니, 공복혈당 80 mg/dl 미만인 분에 비해 4년 뒤 당뇨병 위험이 무려 7배나 높았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정상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공복혈당이 100 mg/dl 이상으로 나왔다면, 재검에서 100 미만이 됐더라도 '나는 당뇨병 전단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공복혈당이 110 mg/dl 을 넘으면 당부하 검사상 이미 절반 가까이가 당뇨병이라, 학회에서도 110 mg/dl 이상이면 반드시 당부하 검사를 권하고 있다.

검진 직전에만 운동하고 살을 빼서 통과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나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도로에 과속 카메라가 있으면 그 앞에서만 속도를 줄여도 사고 위험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곧 당뇨병으로 넘어갈 것 같은 분께 3~6개월 유예 기간을 드리고 체중 감량을 권하면, 20~30%는 정말 실천해서 통과한다. 그때 "살을 빼니 혈당이 좋아졌다"는 경험을 한 분들은 학습 효과가 생겨서 이후 관리도 훨씬 잘하게 된다.

당뇨병 전단계부터 예방약을 쓰는 것은 어떤가.
전문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미국 예방 연구에서 생활습관만 개선한 경우 예방 효과가 51%였고, 메트포르민이라는 약을 쓴 경우는 36%였다. 즉 생활습관으로 체중을 줄인 쪽이 약보다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약이기 때문에, 전단계에서부터 약을 당겨 쓴 셈이 된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다시 당뇨병으로 넘어갈 확률도 높아진다. 체중 감량 노력 없이 약만 복용한 경우 약을 계속 먹지 않으면 예방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체중 감량을 우선 권한다. 다만 당뇨병 전단계는 심혈관 질환 위험도 정상인보다 두세 배 높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라면 예방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뇨병 전단계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한다.
당뇨병 전단계는 흔히 '경고이자 기회'라고 한다. 정말 와닿는 표현이다. 체중 감량을 계속 강조했는데, 이를 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처벌'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이 결국엔 '건강한 식단'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더 건강해질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또 전단계 검사를 받으면 혈당뿐 아니라 혈압, 고지혈증까지 함께 점검하게 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60%가 고혈압, 80~90%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다. 그러니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리를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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