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절반으로 줄였는데 효과는 그대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새 가능성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쓰는 주사제나 먹는 약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도, 병이 잘 조절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남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등 국내 12개 대학병원 공동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약을 줄인 그룹과 그대로 유지한 그룹의 치료 성적을 비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제제와 먹는 표적치료제를 하나의 통합된 감량 전략으로 함께 검증한 첫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꾸준히 같은 용량의 약을 쓰면서 최소 6개월 이상 병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온 환자 348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무작위로 절반씩 나눠, 한 그룹(177명)은 기존 용량을 그대로 유지했고, 다른 그룹(171명)은 주사제는 투여 간격을 늘리는 방식으로, 먹는 약은 하루 용량을 약 50% 줄이는 방식으로 감량했다. 연구팀은 24주 뒤 양쪽 그룹의 병이 안정된 상태 유지 비율을 비교해, 약을 줄여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지 확인했다.
분석 결과, 24주 뒤 병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 환자 비율은 기존 용량 유지 그룹이 89.6%, 용량을 줄인 그룹이 88.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약을 줄여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다만 약을 줄인 환자 중 일부는 12주 시점에 병이 다시 나빠졌는데, 대부분은 용량을 다시 늘리자 회복됐다.
한편 치료 효과는 약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먹는 약(jak 억제제)을 줄인 환자는 다른 생물학적 제제를 줄인 환자보다 병이 다시 나빠질 위험이 뚜렷하게 더 높았다. 이와 달리 주사로 맞는 약(tnf 억제제)을 줄인 환자들은 오히려 유지 그룹보다 더 안정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두 그룹 모두 부작용은 드물었다.
연구팀은 먹는 약에서 유독 효과가 떨어진 이유로, 약이 몸속에 남아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제는 체내에서 길게는 몇 주씩 효과가 유지되는 반면, 먹는 약은 몇 시간 안에 대부분 배출되어 용량을 줄이면 약효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약을 완전히 끊어도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신중하게 환자를 선별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단계적으로 줄이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류마티스내과 박동진 교수는 "병이 안정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해온 환자라면, 면밀한 관찰을 전제로 한 단계적 감량이 치료 부담을 줄이면서도 병을 잘 조절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약의 종류에 따라 감량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더 구체화된 감량 전략을 확립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outcomes of tapering biologic and targeted synthetic disease-modifying antirheumatic drugs in rheumatoid arthritis: a multicenter randomized noninferiority trial: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생물학적 제제 및 표적 합성 항류마티스제 감량의 결과: 다기관 무작위 비열등성 임상시험)는 2026년 10월 국제 학술지 '관절염 및 류마티스학(arthritis & rheumat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