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위험 낮추는 지방이 있다?"... 주목받는 '갈색지방'의 정체
갈색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당뇨병과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학교 폴 코언 교수팀은 대형 암센터 환자 10만 1,243명의 영상 자료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연구팀은 흔히 쓰이는 혈압약이 갈색지방을 깨울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시해, 비만·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에는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살'이라고 부르는 백색지방은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반면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태워 열을 내는 조직이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pet-ct 영상검사를 받은 환자 10만여 명의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ai를 이용해 이 중 약 8,700명의 갈색지방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자동으로 측정했다.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bmi), 검사 당시 기온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통계적으로 맞춰 공정하게 비교했다.
분석 결과 갈색지방이 있는 사람은 여러 질환의 위험이 뚜렷하게 낮았다. 갈색지방이 있는 사람이 2형당뇨병을 가지고 있을 위험은 없는 사람의 약 0.42배, 즉 절반 이하에 그쳤다. 만성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도 약 0.53배였다. 고혈압(0.79배)과 지질 대사 이상(0.76배) 같은 대사질환뿐 아니라, 불안장애(0.78배)와 우울증(0.68배), 수면장애(0.77배) 등 마음·신경과 관련된 질환 위험도 함께 낮았다. 분석 대상이 된 511개 질병 항목 가운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98개 중 92개에서, 갈색지방이 있는 사람의 발병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났다.
갈색지방은 몸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겨드랑이 부위의 갈색지방이 활발할수록 대사질환 위험이 가장 많이 낮아졌다. 혈액검사 수치도 더 좋았다. 혈당과 당화혈색소, 중성지방이 낮았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은 높았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도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식의 나쁜 변화가 적었다. 갈색지방이 단순히 체온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 전체의 대사 건강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약이 갈색지방과 관련 있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고혈압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을 먹는 사람에게서 갈색지방이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우리의 시스템적 접근법은 이 분야에 유용한 자원을 제공하며, 유전 등 갈색지방을 조절하는 다른 요인을 연구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암센터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인 만큼, 일반 인구에서 효과를 확인하려면 앞으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계로 함께 짚었다.
이번 연구 결과(artificial intelligence-enabled clinical phenotyping of human brown fat: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람 갈색지방의 임상적 표현형 분석)는 2021년 연구의 후속 연구로, 2026년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