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과식 후 속 쓰림·복부 팽만감... 증상별 맞춤 소화제 고르는 법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둘러앉은 풍성한 상차림은 반갑지만 그만큼 위장에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갈비찜, 잡채, 전처럼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은 대개 기름지고 열량이 높다. 여기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훨씬 많은 양을 한 끼에 먹기 쉽다.
여기에 명절 연휴 특유의 불규칙한 식사 시간과 잦은 간식·음주까지 더해지면서 속 쓰림과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난다. 명절 소화불량의 원인부터 증상별 소화제 선택법까지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명절이면 늘어나는 속 쓰림·팽만감, 왜 생길까
소화기내과 전문의 현일식 원장(시원누리내과의원)은 "명절에는 기름에 볶고 튀긴 음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늘면서, 속 쓰림과 식후 팽만감, 상복부 통증 같은 소화불량, 그리고 설사와 복통 같은 장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이 먹으면 위에 과부하가 걸려 위산이 과다 분비되고 위가 과도하게 팽창한다"라고 덧붙였다.
현 원장은 또 "기름진 음식은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이 길어 위산 역류를 유발하기 쉽고, 담낭 질환이 있으면 식후 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식과 과음이 반복되면 급성 위염이 만성 위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위 압력이 높아져 하부식도괄약근이 약해지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위와 장, 필요한 소화효소 달라... 증상에 맞게 골라야
증상이 나타나면 흔히 소화제부터 챙기지만, 위와 장은 산도(ph) 환경이 달라 필요한 효소도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배성호 약사(전남우리약국)에 따르면, 위는 산성이 강한 환경이라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가 주로 작용하는 반면, 장은 약알칼리성 환경이라 탄수화물 분해효소인 디아스타제와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명절 소화불량에는 어떤 성분의 소화제가 도움이 될까. 전, 부침, 갈비찜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자주 체하는 편이라면 지방 분해를 돕는 리파아제 함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나, 파인애플에서 추출한 브로멜라인 성분까지 함유돼 있다면 단백질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가스가 차면서 복부 팽만이 함께 나타난다면 가스 제거에 효과적인 시메티콘 성분을 함께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소화기관 내 가스가 차면 위산이 역류하면서 속 쓰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시메티콘 성분이 가스 배출을 도와 이러한 속 쓰림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나물, 잡채, 밥처럼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은 뒤 가볍게 나타나는 소화불량이라면, 디아스타제를 포함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분해를 두루 돕는 복합 효소 성분인 판크레아틴과 섬유소 분해를 돕는 판셀라제 정도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체내 담즙산과 동일한 성분인 udca는 소화 효소는 아니지만, 지방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성분이 아무리 좋아도 필요한 자리에서 방출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배 약사는 "시중 소화제 중에는 장에서만 녹도록 설계된 장용정 형태가 많은데, 이런 제품은 장 단계의 소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위에서 먼저 작용해야 하는 성분까지 장에 이르러서야 풀려나오는 구조라 위 단계의 소화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반면 위에서 먼저 녹는 바깥층과 장에서 나중에 풀리는 속 알갱이로 구성된 다층 정제는 소화 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작용해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기 복용은 금물, 식습관부터 개선해야
소화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조 수단이므로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 소화효소제 자체는 내성이나 의존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주 이상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소화효소 부족이 아닌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경우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제산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복용을 중단했을 때 위산 분비가 반동적으로 늘어나 속 쓰림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끝으로 현일식 원장은 소화불량 등의 근본적인 해법은 생활 습관 교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과식을 삼가고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으며, 식사 직후 눕지 않고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면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명절 연휴에는 과식하기 쉬운 만큼, 상비약에만 의존하기보다 식습관 자체를 점검하는 것이 소화불량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