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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이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메이저 2관왕 즈베레프는 어떻게 1형 당뇨병 극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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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미완성으로 남았던 비극이 2026년 9월 13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날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의 우승 트로피는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2위·alexander zverev)에게 돌아갔다. 2020년 us오픈 결승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던 즈베레프는 단 2포인트 차이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뼈아픈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즈베레프는 뉴욕에서도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즈베레프가 메이저 대회 2관왕에 오른 사실보다 더 큰 이목을 끈 것은, 그 성과에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당뇨병과의 치열한 싸움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즈베레프는 이날 "나는 재능이 타고난 선수는 아니다"라며 "내 테니스 실력은 대부분 끊임없는 노력, 코트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 그리고 체육관과 트랙에서 보낸 많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즈베레프는 1형 당뇨병을 관리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테니스 남자 단식은 평균 3세트 경기를 기준으로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체력 소모가 극심한 종목 중 하나다. 또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는 종종 극심한 더위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첫 포인트부터 마지막 포인트까지 집중력과 지구력, 정확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당뇨병을 겪어 온 즈베레프가 장시간 경기에서도 혈당을 관리하며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인슐린 분비 안 되는 '1형 당뇨병'... 생존 위한 인슐린 공급 필수
"네 살 때 당뇨병을 진단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제가 스포츠를 하는데 큰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 병이 우리를 규정하게 두지 않겠다'며 오늘날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즈베레프는 수상 소감에서 운동선수 생활 내내 자신을 지지해 준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했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절대적 또는 상대적 결핍으로 탄수화물·지질·단백질 대사에 만성적인 장애가 생기고, 이에 따른 혈관 손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즈베레프가 네 살 때 진단받은 1형 당뇨병은 몸의 면역세포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공격해 더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게 하는 질환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에 들어가 에너지로 사용되도록 돕는 호르몬으로, 부족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혈당이 높아진다. 1형 당뇨병 환자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1~2% 정도로 소수이며, 아직 구체적인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형 당뇨병은 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면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작동을 멈추면서 발생한다. 즈베레프는 경기 중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면 틈틈이 화장실에서 주사를 놓았다.

"벤치서 주사 놓다 제지 당하기도"... 이후 공식 대회에서 '특별 조항' 마련돼
2023년 롤랑 가로스(프랑스오픈) 대회 당시 즈베레프는 벤치에서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다가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경기 도중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휴식 시간은 단 2회에 불과했고, 주로 이 시간을 이용해 주사를 놓았던 즈베레프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경기 관계자들이 그의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선수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 조항과 절차가 생겼다. 치료 목적 사용 면책에 따라 선수들은 코트 내 벤치에서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관련 면책 조항이 생긴 이후, 즈베레프가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 허벅지에 인슐린을 투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2형 당뇨와 달리,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작동을 멈추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혈당 수치는 생존과 직결된다. 저혈당이 오면 쇼크를 겪을 수 있고, 고혈당이 오면 복통과 구토, 혼수상태 등을 유발하는 합병증인 케톤산증이 발생한다. 저혈당·고혈당을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1형 당뇨에서 인슐린은 몸이 필요로 하는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제다.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더라도 부족한 인슐린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인슐린 주사나 펌프 등을 이용해 치료를 이어가며, 투여량은 식사와 활동량, 현재 혈당 등을 고려해 조절한다.

저혈당은 경기 '집중력', 고혈당은 선수 '수분 상태'에 영향 줘
4~5시간 동안 이어지는 격렬한 경기에서 즈베레프는 인슐린 주사를 4~5회 투여해야 했다. 장시간 이어지는 운동에서는 인슐린 주사가 필수적이다. 혈당이 낮아지면 반응 속도와 균형 감각, 신체 협응력, 사고력과 집중력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혈당이 높아지면 에너지 수준과 시야, 체내 수분 상태, 경기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경기 중 혈당 관리는 이러한 변화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과정이다.

즈베레프가 경기 중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는 것도 혈당 관리와 관련이 있다.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의 허가를 받아 센서와 연결된 앱으로 혈당 정보를 확인한다. 이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활용해 현재 상태를 살피는 과정이다. cgm은 피부 아래 센서로 세포 사이 체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 혈당을 추정한다. 스마트폰이나 전용 수신기로 현재 수치뿐 아니라 혈당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음식 섭취와 운동, 인슐린 조절에 활용된다. 다만 측정값의 정확성이 의심될 때는 손끝 채혈 방식의 혈당검사로 확인해야 할 수 있다.

운동이 끝난 뒤에도 관리는 이어져야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선형 원장(지세븐의원)은 "신장과 망막, 발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평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당 관리의 목적에는 당장의 수치를 조절하는 것과 함께 장기적인 장기·혈관 손상을 예방하는 일이 포함되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에도 이어지는 혈당 관리... "당뇨병이 꿈 이루는데 한계돼선 안 돼"
즈베레프는 오랫동안 자신의 병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수 생활에 있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낙인 될 까봐였다. 그러다 4년 전 진단 사실을 공개하고 재단을 설립해 제1형 당뇨병 아동과 가족을 위한 인슐린 및 관리 물품 지원에 나섰다. 즈베레프는 "당뇨병이 있는 훌륭한 운동선수와 배우, 음악가가 많다.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꿈에 오르는 데 한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를 포함한) 수많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은 생존에 필요한 치료"라고 강조했다.

운동선수에게 운동 전과 도중, 직후의 혈당 수치 확인은 필수적이다. 강도가 높은 종목에서는 인슐린을 틈틈이 투여하더라도 경기가 끝난 뒤 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후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질환연구소(niddk)에 따르면, 선수들은 운동 전후에 탄수화물을 추가로 섭취하거나 인슐린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운동한다는 이유로 인슐린을 임의로 줄이면 고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개인의 혈당과 식사·활동량에 맞춘 조절이 필요하다.

혈당을 살피며 이어 온 훈련도,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던 시간도 모두 그 안에 있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 우승이 없던 그의 손에 올해만 두 개의 트로피가 안겼다. 즈베레프는 그 누구보다 오래 참고 견디고 이겨 내며, 절실히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올해 즈베레프의 양손에는 두 개의 트로피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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