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 후 '역류성 식도염' 증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체중감량 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하지만 이 약을 맞기 시작한 후 속쓰림, 트림, 위산 역류 같은 예상치 못한 소화기 증상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유도하는 약의 작용 원리가 오히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증상은 왜 생기는 것이며, 비만치료제를 계속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또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대처법은 무엇인지 소화기내과 장진원 교수(세브란스병원)와 함께 알아봤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가 위에서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게 어떻게 속쓰림이나 역류로 이어지나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입니다. 초기 약들은 소화기 불편감이 더 심했지만, 약이 발전하면서 관련 증상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고비는 glp-1 수용체만 작용하는 반면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마운자로 쪽이 소화기 불편 증상을 상대적으로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약들은 위에서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위 안에 음식물이 정체되기 쉽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 톨게이트가 막히면 그 안쪽부터 정체가 이어지는 것처럼, 위에서 소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막히면 위 안에서부터 정체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화되며 가스도 함께 발생해 위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이것이 역류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체중을 줄이려고 맞는 약이 오히려 초반엔 속쓰림을 유발한다니 아이러니한데요. 복부비만의 장기적 위험과 약물 초기 증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역류성 식도염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 중 가장 근거가 확실한 것은 '체중 감량'입니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복압이 높아지고, 위산이 위로 밀려 올라갈 공간이 없어지면서 역류 증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체중이 줄면 복압도 함께 줄어들어 역류성 식도염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약물 투여 초기에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처방한 의사와 상담해 용량을 조절(타이트레이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용량을 줄이거나 투약 간격을 늘리는 방법을 증상과 목표에 맞게 조정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적응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한두 번의 증상만으로 반드시 약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소화기 증상 때문에 약을 끊자고 권해도, 체중 감량이 목적인 만큼 실제로 약을 끊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용량을 조절하면서 필요하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를 함께 처방해 증상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류성 식도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고 증상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변화입니다. 단기간에 체중이 급격히 변한다면 항상 암을 감별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신호는 출혈입니다. 피를 토하거나 혈변, 검은 변 혹은 붉은 변을 본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 역시 식도암 등의 신호일 수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내시경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거나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식도 산도 검사나 임피던스 검사는 어떤 경우에 고려하나요?
비만치료제는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검사 전 보통 한 번은 투여를 건너뛰고 진행합니다. 내시경상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증상이 지속된다면, 위산 분비 자체는 정상이지만 식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능성 질환 가능성을 감별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합니다. 이 경우에는 위산 억제제보다 신경 안정 계열의 약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인이 불분명한 흉통이 있다면, 특히 연령대가 있는 경우 심장내과 진료를 함께 권합니다. 비전형적인 흉통 중 상당수는 역류와 무관하지만, 실제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런 검사는 불필요한 약 복용을 막고, 필요하다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낮보다 밤에 더 심해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왼쪽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왼쪽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권합니다. 시중에는 머리를 30도 정도 높여 상체부터 머리까지 받쳐주는 역류성 식도염 전용 베개도 판매되고 있는데, 자는 동안 중력 방향을 활용해 역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으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자세나 도구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증상이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더 심해지기도 하나요?
전형적인 역류성 식도염은 공복일 때,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더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산 분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인데,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우리 몸이 가장 스트레스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위산 분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 약을 아침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효가 24시간 지속되지 않다 보니 약효가 떨어지는 새벽 2~3시경에 다시 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복용 시간을 저녁으로 바꾸거나, 하루 두 번 복용하는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역류 증상이 생기면 바로 위산 억제제부터 찾는 분들이 많은데요, 비만치료제를 계속 쓰면서 증상 관리만 해도 되는지, 증상이 사라지면 임의로 약을 끊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약을 시작하고 끊는 시점은 항상 담당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비만치료제는 보통 평생 사용하는 약이 아니라,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정도 기간이라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병원을 동시에 다니면서 비슷한 계열의 약이 중복 처방되거나, 진통제처럼 위산 분비에 부담을 주는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약을 무조건 추가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불필요한 약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담당 의사와 함께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사용하면서 역류 증상을 줄이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생활 습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약들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해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들도록 돕는 약입니다. 그런데 식사량이 줄어드는 것을 억지로 이겨내고 저녁에 많이 먹으려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부작용만 커지고 약효는 오히려 떨어집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만큼 음식을 충분히 오래 씹어 잘게 만든 뒤 삼키고, 전체적인 식사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체중 감량 속도가 빨라져 치료 기간이나 약값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위 배출이 늦어지는 만큼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