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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데 당뇨병인 이유?... "몸무게 보다 지방 쌓이는 '위치'가 중요" ⑦ [당뇨병체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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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흔히 비만한 사람에게 생기는 질환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비만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이다. 그러나 당뇨병 위험을 단순히 체중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는 비만과 당뇨병을 '형과 동생'에 비유할 만큼 밀접한 관계라고 설명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단순히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지방이 몸의 어디에 쌓이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비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겉보기에는 마른 사람도 왜 당뇨병에 걸리는 걸까. 지방의 '양'보다 '위치'가 중요한 이유부터 비만이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핵심 기전, 당뇨병 예방과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체중을 줄여야 하는지까지 박 교수의 도움말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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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인슐린 치료, 당뇨 말기 신호일까?"... 당뇨병 치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⑥ [당뇨병 체크아웃]

비만이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이유, '인슐린 저항성'에 있다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잇는 핵심 고리는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열쇠 역할을 하는데, 체지방이 과도해지면 이 열쇠가 점점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이렇게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가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박철영 교수는 이를 내연 기관에 빗댔다. 그는 "기름을 넣으면 그 기름이 엔진에 잘 전달돼야 차가 잘 굴러가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인슐린 하나가 넣던 포도당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이런 비효율을 만회하기 위해 췌장에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초기에는 인슐린을 두세 배로 늘려 혈당이 잘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췌장은 계속 과부하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면 결국 췌장의 과로가 문제를 일으킨다. 박 교수는 "췌장도 어느 시점이 되면 지쳐 인슐린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때 비로소 혈당이 치솟으며 당뇨병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배만 나온 비만'이 위험한 진짜 이유... 내장지방은 '나쁜 호르몬 공장'
이처럼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고, 인슐린 저항성은 다시 당뇨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같은 비만이라도 배만 나온 복부 비만이 엉덩이·허벅지에 살이 찐 형태보다 위험하다. 두 지방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박철영 교수는 "피하지방이 비교적 안전한 '저장 창고'라면, 내장지방은 여러 호르몬을 뿜어내는 '호르몬 공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내장지방 세포는 지방산을 혈액으로 쉽게 방출하고 염증 물질을 대량으로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간과 근육으로 흘러 들어가 인슐린 신호를 방해한다. 또 내장지방에서 나온 지방산은 곧바로 간으로 운반돼 지방간을 만들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간은 스스로 당을 과도하게 만들어낸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체중계 숫자만으로는 위험을 가늠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체중계 숫자만 보지 말고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줄자 숫자가 당뇨병 예후를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은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진단하며, 이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어도 동반질환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

간에서 췌장으로 번지는 지방의 악순환... 되돌릴 수 있다
원래 저장돼야 할 피하지방 창고를 넘어 간·췌장·근육 같은 다른 장기에 쌓이는 지방을 '이소성 지방'이라 한다. 박철영 교수는 "기름을 저장하는 곳이 꽉 차면 기름이 다른 곳으로 새듯, 지방이 장기 속으로 침투하는 것"이라며 "사람마다 지방 세포의 저장 능력이 달라, 정상 체중처럼 보여도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로이 테일러 교수의 '쌍둥이 악순환(twin cycle) 가설'"이라고 말했다. 간에 지방이 쌓여 인슐린에 둔감해지면 혈당과 혈중 지방이 늘고, 그 지방이 다시 췌장에 영향을 미쳐 인슐린 분비 기능을 마비시키는 구조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 가설의 핵심은 '되돌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설명하며, "당뇨병 환자의 췌장은 '죽은 조직'이 아니라 '피로에 지친 조직'이며, 쉬게 해 주면 다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개념은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평생 약 늘리기'에서 '체중 감량으로 되돌리기'로 바꾼 결정적 근거가 됐다.

당뇨병 예방·개선 위해 체중 얼마나 줄여야 할까
그렇다면 당뇨병 예방과 개선을 위해 체중을 얼마나 감량해야 할까. 박철영 교수는 근거가 뚜렷한 세 단계의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당뇨병 개선을 위한 1차 체중 감량 목표는 5% 이상이고, 예방 효과가 뚜렷해지는 기준은 7%다. 박 교수는 "미국 당뇨병예방프로그램(dpp) 연구에서 고위험군이 체중의 7%를 감량하고 주 150분 운동을 한 결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58% 줄었다"며 "70kg 성인이면 약 5kg만 빼도 시작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약을 끊고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관해'를 위해서는 10~15% 이상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영국 direct 연구에서 체중의 10~15%를 감량한 환자들은 1년차 46%, 2년차 36%에서 관해가 확인됐지만, 체중이 다시 늘면 관해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숫자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5%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 번에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5%를 먼저 달성해 혈당 개선을 경험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쉽다"며 "감량 속도보다 감량 후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550만 명을 넘어선 지금,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됐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심층 기획 시리즈 〈당뇨병 체크아웃〉을 마련했다.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효과적인 관리 전략까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고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담았다. 이 시리즈가 당뇨병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일상을 지키는 길잡이가 되어, 언젠가 당당히 '체크아웃'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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