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약, 탈모도 같이 온다?... 다른 당뇨약보다 위험 68% 높아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계열 약물)가 탈모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 3만 9,000여명의 전자의무기록을 살펴본 결과, glp-1 치료제가 다른 치료제보다 탈모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제2형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비만 치료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등이 있다. 최근 이들 약물을 사용한 뒤 탈모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학계에서는 탈모가 glp-1 계열 치료제의 부작용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시스템의 전자의무기록에서 glp-1 계열 치료제,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또는 디펩티딜 펩티다아제-4(dpp-4) 억제제를 새로 처방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터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새롭게 시작한 환자 1만 2,004명과 sglt-2 억제제 사용자 1만 5,221명, dpp-4 억제제 사용자 1만 1,238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나이, 성별, 동반질환, 체질량지수(bmi), 복용 약물 등 탈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보정해 약물별 탈모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환자는 sglt-2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보다 탈모 위험이 37% 높았다. 이는 dpp-4 억제제 사용자와 비교하면 68% 높은 수치였다. 탈모는 치료 시작 후 첫 1년 이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위험 증가는 특히 흉터가 남지 않는 비흉터성 탈모에서 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환자 1000명을 1년 동안 추적했을 때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탈모가 6~7명 정도 발생하는 수준"이라며 "이번 결과가 glp-1 계열 약물이 머리카락을 직접 손상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게 될 경우, 신체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영양 상태가 변하면서 모발 성장 주기가 깨질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급격한 체중 감량이나 칼로리 섭취 감소는 철분, 아연, 비오틴 등 모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러한 변화가 탈모를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한 관찰연구인 만큼 glp-1 계열 약물이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족력이나 식습관, 생활습관처럼 의료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병원을 찾지 않은 경미한 탈모는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대규모 실제 진료 데이터를 이용해 기존에 제기됐던 안전성 신호를 체계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용 첸(yong che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비흉터성 탈모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절대적인 위험은 낮지만 이러한 정보를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고려하면 약물 선택 과정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risk of hair loss associated with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in adults with type 2 diabetes: target trial emulation: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와 관련된 탈모 위험: 목표 임상시험 모방)는 2026년 7월 23일 국제 의학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