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살이 안 빠지는 이유 따로 있다...정제 탄수화물부터 끊어야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체중 관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약물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중년기에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을 유지하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은 "약에만 의존하면 근손실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며, 중년 다이어트에서 우선 점검해야 할 식품으로 '정제 탄수화물'을 꼽았다.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식후 혈당을 빠르게 높이고 포만감 유지에도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도움말과 함께 정제 탄수화물이 체중 관리에 미치는 영향과 중년기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운동 관리법을 살펴본다.
다이어트 첫걸음은 '정제 탄수화물' 줄이기부터
이진복 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에서 먼저 점검해야 할 식품으로 정제 탄수화물을 꼽았다. 정제 탄수화물은 곡물을 가공하면서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풍부한 겨층과 배아를 제거한 형태의 탄수화물로, 흰쌀밥과 흰빵, 정제 밀가루로 만든 면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식품은 통곡물에 비해 식이섬유 함량이 낮고, 가공 방식에 따라 섭취 후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이 원장은 "정제 탄수화물은 식이섬유가 파괴돼 몸에 들어가면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며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식후 포만감 유지에도 불리할 수 있다. 특히 흰쌀밥이나 빵, 면류에 편중된 식단에서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 식사 후 허기가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이 원장은 저녁 식단에서 정제 밀가루 식품의 비중을 낮추고 닭가슴살, 달걀, 두부,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정제 탄수화물 위주 식사, 혈당 조절에도 부담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과 관련해 살펴볼 주요 대사 문제 중 하나는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도록 돕는다. 식사 후 혈당이 상승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포도당이 세포에 흡수되면서 혈당이 조절된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세포가 인슐린에 충분히 반응하지 못해 혈당 조절에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혈당이 상승하고, 당뇨병 전단계나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신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많으면 남는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저장돼 체중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거나 체지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식사량과 식품의 종류, 신체활동 수준, 기존 대사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는 2026년 당뇨병 표준진료지침을 통해 당뇨병 및 당뇨병 전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정제 곡물과 첨가당,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특정 영양소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선택하고 전반적인 식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중년 다이어트는 '근육 유지'가 관건...유산소·근력 운동 병행해야
중년기 체중 관리에서는 식습관 개선을 통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는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도 함께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면 신체 기능과 활동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영양 관리와 신체활동, 행동 치료를 함께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제지방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체중 관리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 소비와 심폐체력 개선에 도움이 되며, 근력 운동은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년기에는 한 가지 운동에만 집중하기보다 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춰 두 가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진복 원장은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중장년층이라면 한 번에 많은 운동을 하기보다 일상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나누어 줄이고 신체활동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ada는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30분마다 잠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간단한 근력 운동을 시행하면 혈당 대사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동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기 어렵더라도 일상에서 신체활동을 조금씩 늘리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통곡물·채소·단백질' 중심으로...지중해식 식단도 도움
그렇다면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려면 식단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 중년기 체중 관리에서는 특정 영양소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식품의 영양 밀도와 전체적인 식사 구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가 2026년 발표한 심혈관 건강을 위한 식이지침에 따르면, 정제 곡물보다는 통곡물을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여기에 다양한 채소와 과일, 양질의 단백질, 불포화지방을 충분히 섭취하고 첨가당이 많은 음식과 음료, 초가공식품,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사 방식으로는 지중해식 식단이 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생선과 해산물 등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을 활용하는 식사 방식이다. 정제 곡물 대신 통곡물을 선택하고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높이면서 필요한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