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림, 주사만 믿다 치료 시기 놓친다... 말초신경 수술, 언제 필요할까? ⑦ [손끝에서 발끝까지]
손발이 저리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말초신경 질환 진단을 받아도 많은 환자들은 "주사 한 번이면 나아지겠지"라며 기대한다. 실제로 신경차단술이나 스테로이드 주사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방법을 고집하면 신경 손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말초신경 질환의 치료는 단순하지 않다. 같은 저림 증상이라도 원인과 손상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로 충분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술을 서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중 언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준을 모른다는 점이다. 말초신경 질환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선택 기준부터 수술 후 재활의 역할까지, 신경외과 신명훈 교수(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와 함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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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 말초신경 질환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를 제외한 온몸 구석구석에 가지처럼 뻗어 있으며, 중추신경계와 신체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신경이 손상되면 근력 약화·작열감·감각 이상·지속적인 통증·저림·마비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말초신경 손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신경이 좁은 통로에서 눌리는 압박성 손상과 사고·외상으로 인한 외상성 손상이 대표적이다. 당뇨병도 말초신경병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높은 혈당이 오랜 기간 신경을 손상시킨다. 이 밖에 갑상선 질환·신장 질환·비타민 b12 결핍·과도한 음주·일부 항암제나 약물의 부작용·자가면역 질환·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은 대개 양쪽 손발 끝에서 시작해 점차 위로 올라오는 장갑-양말 형태가 특징이다. 다만 손상된 신경 종류에 따라 증상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신명훈 교수는 "감각신경이 손상되면 손발 저림·화끈거림·남의 살 같은 먹먹한 느낌·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라며 "증상이 심해지면 감각이 무뎌져 상처나 화상을 입어도 환자가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운동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젓가락질·단추 채우기 같은 세밀한 동작이 어려워진다. 손상이 오래 지속되면 근육이 눈에 띄게 위축되기도 한다.
"주사 맞으면 낫겠지"... 보존적 치료의 역할과 한계
말초신경 질환은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과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신명훈 교수는 "신경 손상은 시간이 갈수록 회복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존적 치료는 수술 전 우선 시도하는 치료 방법으로, 약물치료·주사치료·재활치료로 나뉜다. 당뇨병·척추관 협착증처럼 기저질환이 원인인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순서다. 말초신경 질환에는 항경련제·항우울제 계열 약물이 주로 처방되는데, 이 약물들은 원래 손발 저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항경련제는 말초신경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해 저림 증상을 조절하고, 항우울제는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통증 전달과 억제에 관여하는 원리를 활용해 통증을 조절한다.
주사치료에는 신경차단술·스테로이드 주사·하이드로다이섹션 등이 있다. 이 중 하이드로다이섹션은 초음파로 신경이 압박된 부위를 찾아 생리식염수를 주사하는 방식이다. 수압으로 압박을 풀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술 없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 활용이 늘고 있다. 재활치료는 물리치료·작업치료·신경 글라이딩 운동 등으로 신경 회복을 촉진하고 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보존적 치료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신 교수는 "주사나 약물로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 다 나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 결과 보존적 치료에만 의존하다 신경 변성이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수술 미루다간 신경 변성까지... 적기에 판단해야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감각 소실·운동기능 소실 등이 나타날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신경이 좁은 공간에 갇히는 질환, 외상성 신경 손상, 신경종양이 있는 경우 또는 보존적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신경 손상·지속적 기능 장애가 동반된 경우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본다.
특히 사고나 외상으로 신경이 완전히 끊어지거나 찢어진 경우에는 시간을 끌수록 신경 양 끝이 오그라들고 흉터가 생겨 봉합이 어려워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골절 조각이나 혈종이 신경을 급격히 압박하는 경우, 근력이 갑자기 마비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지체 없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방법은 손상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신경 감압술, 기능이 덜 중요한 신경의 가지를 잘라 손상된 신경에 연결하는 신경 이전술, 절단된 신경을 직접 연결하거나 이식하는 신경 봉합·이식술 등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이 이루어지면 통증 완화·기능 회복·감각 향상·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신명훈 교수는 "수술은 무조건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수술은 오히려 신경을 살리는 선택이 될 수 있다"라며 "변성이 진행되기 전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끊어진 신경을 이어주면 신경은 다시 자라나 기능을 회복할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회복은 단계적으로... 재활이 결과를 좌우한다
말초신경은 하루 약 1mm, 한 달에 약 3cm씩 아주 천천히 자란다. 손목에서 다친 신경이 손끝까지 도달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수술 후 회복은 '완치'가 아닌 '관리'로 접근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약 1주일가량 움직임을 제한해 봉합한 신경 연결 부위를 보호한다. 이후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의료진의 판단하에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임을 시작한다. 수술 직후 2주까지는 통증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2~6주에는 가벼운 물리치료를 시작해 운동 능력을 되찾는다. 6주~3개월의 중후기 회복기에는 강도 높은 재활 운동을 시작하며 감각과 기능이 점진적으로 개선된다. 3~6개월의 완전 회복 단계에서는 기능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 다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신명훈 교수는 "재활 과정에서는 관절이 굳거나 근육이 위축되는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매일 스트레칭, 회복 단계에 맞춘 근력 운동, 보조기를 이용한 손발 자세 교정, 감각 재교육과 일상생활 동작 훈련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무거운 물건 들기, 격렬한 운동, 수술 부위에 무리가 가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저림을 넘어 힘이 빠진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말초신경 질환 환자들은 보존적 치료에만 매달리다 근력이 다 빠진 뒤 병원을 찾거나, 수술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신명훈 교수는 "신경은 한번 변성이 일어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라며 "저림을 넘어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신경이 실제로 손상되고 있다는 경고이므로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저림이나 힘 빠짐이 2~3주 이상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지금 내 신경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더 기다려도 되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막연한 두려움이나 기대가 아닌 신경의 현재 상태에 근거해 늦지 않게 결정하는 것이 신경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